이 프로덕트 매니저가 매일 영업 CRM을 들여다보는 이유

B2B 프로덕트 매니저에 있어 CRM은 '보물 창고'와 같기 때문이다.

이 프로덕트 매니저가 매일 영업 CRM을 들여다보는 이유
이미지 출처: Fuller

Fuller김영빈 PM(Product Manager)은 매일 본인이 담당하는 제품인 App Ape의 영업을 관리하는 CRM에 들어가서 세일즈 노트를 확인한다. 영업을 담당하지도 않는 그가 왜 바쁜 와중에도 CRM을 챙겨볼까?

그 이유는 B2B 프로덕트 매니저에 있어 CRM은 '보물 창고'와 같기 때문이다. 그는 CRM을 이렇게 말한다.

"B2B 서비스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다 보면 세일즈 팀과의 협업은 필수이며 고객의 요구사항, 페인포인트 등을 알기 위해서 CRM 제품에 접근 권한을 받아서 내용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제품 관리자에게는 이만한 보물창고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래 원문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도 CRM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

아래는 김영빈 PM이 최근 CRM에 관련해서 쓴 생각이다 (원문 링크):

"프로덕트 매니저도 CRM을 경험해야 한다.

대다수의 업무가 시스템화되듯이 세일즈를 위한 소프트웨어인 CRM 시장은 이미 주목받고 있었고 많은 기업들이 CRM 프로덕트를 만들어서 공개하는 일이 많아졌다. 일본의 한 상장 기업은 CRM 제품을 공개하고는 시가 총액이 올라간 케이스도 있었다.

B2B 서비스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다 보면 세일즈 팀과의 협업은 필수이며 고객사의 요구사항, 페인포인트 등을 알기 위해서 CRM 제품에 접근 권한을 받아서 내용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제품 관리자에게는 이만한 보물창고가 없다고 생각한다)

고객 관리가 체계화되어 있을 때야말로 CRM도 최적화되어 있을 것이고 그 안에 기입된 정보가 정확해야만 고객사의 페인포인트 및 니즈를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다. 정말 가능하다면 세일즈 멤버와 현장에 같이 나가보고 컨택 시점과 미팅 회의록, 미팅 후 팔로우업까지 같이 참여하면서 CRM 제품에 어떻게 정보가 기입되고 공유되는지 경험해 보길 바란다. 이 경험을 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제품 개발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히 다를 것이다."

비영업담당자들도 CRM 액세스를 받아야 한다.

기존 CRM들은 애초부터 영업담당자들'만'을 위해 만들어져 있기에 비영업담당자들, 그러니까 프로덕트 매니저, 디자이너, 개발자, 고객지원(CS) 담당자, 운영담당자 등은 엑세스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액세스를 달라고 요청해도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실제로 프로덕트 매니저가 엑세스가 있는 경우가 드물다. (여담이지만, Relate은 무료 게스트 어카운트를 제공한다😎)

김영빈 PM은 3년 전부터 회사에 요청해서 CRM 엑세스를 받아 영업담당자들의 노트를 확인하고, 고객사와 Fuller가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덕분에 적극적인 영업 및 GTM 팀 <> 제품 팀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와 얘기 나누면서 알게 된 것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다.


Q: Fuller와 App Ape, 그리고 팀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Fuller는 일본에 본사를 둔 소프트웨어 회사입니다. 다양한 프로덕트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그중 App Ape는 모바일 앱 애널리틱스 솔루션 SaaS이고, Supercell, 소프트뱅크을 포함해 5,000개가 넘는 기업이 시장 분석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Fuller에 합류하였고 한국 지사장을 거쳐 현재는 본사로 넘어와 Product Manager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왜 (영업담당자도 아닌데) CRM에 들어가서 영업 미팅 노트와 영업 현황을 파악하시나요?

일반적으로 B2B 프로덕트 매니저는 고객의 피드백(VOC)을 확인할 때, 영업담당자의 피드백을 거쳐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번 영업담당자를 거쳐 듣게 되는 고객의 피드백에는 선입견(bias)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영업담당자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고객이 의도한 메시지는 A인데, 영업담당자는 B로 이해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프로덕트 매니저가 직접 CRM의 데이터를 확인해야 고객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저희도 세일즈 리드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프로덕트의 로드맵 우선순위를 결정해왔습니다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매출이나 성장이 큰 폭으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원인을 파악하고자 프로덕트 매니저들도 작년부터는 매출과 고객 분석 작업에 참여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어요. 이에 따라 CRM에 대한 액세스 권한도 받았고요.

영업 팀에게 "고객 데이터는 어차피 CRM에 있으니, 제품 팀도 CRM에 들어가서 같이 (고객 데이터를) 모니터링하자."라고 제안한 겁니다.

또한 B2B에서는 GTM쪽의 사람들과 (영업, 마케팅 등 담당) 제품 쪽의 사람들 (PM, 개발, 디자인 등)의 의견충돌이 잦습니다. GTM쪽은 "이게 고객이 원하는 것이다"라고 개발 우선순위 수정을 요구하고, 제품 쪽은 "정말 그게 고객이 원하는 것일까?"라고 반문합니다. 당연한 현상이에요. 한쪽은 고객을 만족시키면 매출을 키울 수 있고, 다른 한쪽은 고객이 가진 문제를 풀면 제품이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희 제품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도 영업 팀의 요청사항에 공감하고 싶다. 고객과 만나는 현장에서 나온 생생한 피드백과 의견을 보고 싶고, 그 의견을 반영해서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해서 제품 팀에도 CRM에 대한 액세스를 받았습니다. 그 뒤로 1주일에 최소 1회 이상은 CRM에 들어가서 고객의 피드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Q: CRM 열람 권한이 프로덕트 매니저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이득이 있을까요?

CRM에 들어 있는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훨씬 더 정교한 PRD (프로덕트 요구사항을 정리한 문서. 스펙이라고도 함)를 작성할 수 있죠. '왜 이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에비던스로 CRM에 들어 있는 고객의 피드백을 사용합니다. 이때 해당 내용을 담은 링크만 PRD에 던져 놓아도 나중에 '이걸 왜 만들기로 했지?'와 같은 질문이 나왔을 때 바로 에비던스를 제공할 수 있죠. 프로덕트 매니저는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또한, 제품 팀이 고객과 고객이 가진 Business Problem을 이해하는 것은 B2B 제품 팀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역량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UX를 만드는 디자이너들은 말할 것도 없고, 코드를 쓰는 개발자들도 고객의 Pain을 잘 이해해야 더 효율적으로, 더 빠르게 로직을 구성하고 만들 수 있습니다.

저희 팀은 그래서 PM들이 CRM 데이터를 정리해서 주기적으로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에게 고객의 피드백을 전달합니다. 그들이 CRM에 직접 들어가서 보면 더욱 좋겠지만, 아쉽게도 현재 저희가 사용하는 세일즈포스 CRM은 너무 비싸서 제품 팀 모두에게 엑세스를 줄 수가 없으니까요.

Q: 영업 과정에 프로덕트 매니저도 참여하나요?

물론입니다. 초기에는 거의 모든 미팅에 참여하려고 노력했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신규 고객과의 미팅 참여는 안 하지만, 지금도 기존 고객사들과의 미팅은 참여해서 고객이 Churn 하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미팅 참여를 통해 어떤 포인트에서 고객이 우리 제품을 잘 활용할 수 있는지, 또 어떤 포인트에서 어려움을 느껴 churn 하게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요. PM들은 이를 통해 개선점들을 제품에 반영합니다.

추가로는 아예 정성적인 데이터 위주였던 고객 데이터를 조금 더 정량화 할 수 있도록 제안해서 디스커버리(discovery) 프로세스를 개선한 적도 있습니다.

고객 디스커버리 프레임워크 중에 BANT라는 프레임워크가 있습니다. 고객의 예산(Budget), 의사결정 권한(Authority), 니즈(Needs), 시의성(Timeline) 중심으로 미팅을 진행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CRM에 영업담당자가 선호하는 방식대로 미팅 노트를 적게 했습니다. 하지만 영업담당자마다 기록 방식이 제각각인 데다가 고객들도 프로필과 니즈가 다양하다 보니 데이터로서 인사이트를 뽑아내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고객의 피드백을 Needs와 Pain Point로 구분해서 정리하면 어떻겠냐 제안하자, 영업 팀에서 BANT 프레임워크가 있다며, BANT를 도입하자고 하더군요. BANT에 맞춰서 영업을 진행하고, 미팅 노트 역시 BANT 기반으로 하는 것이었죠.

그렇게 하고 나니, 훨씬 더 깔끔한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PM들은 BANT 정보만 봐도 고객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게 됐어요.

Q: CRM에 들어 있는 고객 데이터를 보는 방법이나 절차가 있나요?

일반적으로 제품 팀 PM들끼리 모여서 CRM을 리뷰하는 시간을 매주 갖고 있습니다. 영업 담당자가 남긴 코멘트들 (주로 요구사항), 그리고 고객의 반응, 피드백 등을 수집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또 전 질문에 답한 것처럼, BANT 정보를 위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고객의 Needs와 Painpoint를 도출하고 시의성과 우선순위 등을 고객의 예산과 의사결정 권한 여부에 따라 판단하기 위해서 입니다.

Q: 마지막으로, B2B 프로덕트, 디자인 등의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영빈 님을 어디서 팔로우할 수 있을까요?

현재 커리어리페이스북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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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은 영업 팀 뿐만 아니라 프로덕트 팀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Collaborative CRM 입니다. 무료 게스트 계정과 링크 공유 기능을 통해 비영업담당자들도 고객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