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소프트웨어 경쟁과 방어 전략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창업 이후 6~12개월 이내에 초기 제품을 갖고 런칭한다. 초기 제품을 5~6명이서 6~12개월 안에 만드는 것인 만큼 경쟁자가 쉽게 따라하거나 베낄 수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까?
이 글은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엔젤투자자 Elad Gil (Airbnb, Airtable, Coinbase, Deel, Figma, GitLab, Gusto, Notion, Retool, Rippling, Stripe, Square 등 투자)의 Defensibility & Competition 포스트를 요약 및 의역한 글입니다.
같이 보면 좋을 글들:
대부분의 초기 B2B 스타트업은 방어 전략이 있을 수 없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창업 이후 6~12개월 이내에 초기 제품을 갖고 런칭한다. 이 때 팀은 주로 5~6명 정도의 엔지니어링/프로덕트/기타로 구성된다. 초기 제품을 5~6명이서 6~12개월 안에 만드는 것인 만큼 경쟁자가 쉽게 따라하거나 베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예외 케이스는 늘 존재하는데, 다음 사례를 예를 들어 볼 수 있다.
-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와 같이 주로 기술적으로 구현 난이도가 높은 제품이 그런 예다.
- 다른 케이스로는 IP가 요구되는 경우(바이오테크),
- 파트너쉽 및 사업 개발이 요구 되는 경우(예: 백엔드 개발이 필요한 페이먼트 핀테크),
- 규제 승인이 필요한 경우,
- 특정 인재가 필요한 경우 ("지구상 이 모델을 훈련시킬 수 있는 사람은 20명 남짓이다"),
- 혹은 오픈소스 기술을 이미 만든 팀이 이제 그 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만들려는 시도인 경우
방어 전략은 "하면서" 세우는 것
위 일부 사례를 제외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방어 전략을 처음부터 갖추고 출발할 수 없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세워야 한다.
그렇게 세워지는 방어 전략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1. Network Effect
네트워크 효과는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줄 때 발생한다. 네트워크 효과는 슬랙(Slack)처럼 회사와 같은 '로컬' 환경에서 작용할 수도 있고, 인스타그램(Instagram)처럼 전 세계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SaaS의 경우 아주 극소수의 스타트업만이 진정한 의미의 네트워크 효과를 갖추고 있다. GitHub이 거의 유일한 이례적 사례일 것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제품의 출시와 동시에 바로 갖춰질 수 있는 방어 전략 중 하나이다.
2. Platform Effect
일부 SaaS 혹은 OS (Operating Systems)의 경우 플랫폼 효과로 방어 전략을 갖출 수 있다. 예를 들어, 세일즈포스는 수많은 회사가 자사의 제품과 연동해주었기 때문에 플랫폼으로서 방어진을 구축할 수 있다.
플랫폼은 회사가 수년 동안 운영하면서 모은 유저베이스를 기반으로 다른 회사들이 연동할 이유가 명확할 때 작동하기 시작한다.
3. Integrations
플랫폼 효과와 비슷하게 스타트업은 연동으로 방어 전략을 갖출 수 있다.
a. 다른 수많은 API, 코드베이스 등과 연동
수많은 API/코드베이스 등과의 연동은 복제하기 매우 어렵다.
b. 서비스로 고객사를 위해 연동과 통합(SI)을 구현해준다
SAP나 Netsuite같은 ERP제품들을 교체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일인 이유는 도입과 구축 당시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렸을뿐더러 도입 및 구축 프로젝트마다 제각각 유니크한 비즈니스 로직과 프로세스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4. 그냥 많이 만들기
a. 번들링
여러 가지 제품에 걸쳐서 제공되던 기능들을 하나로 모아서 번들로 제공하거나 크로스셀링을 하면 다른 경쟁사들은 경쟁할 수 있는 웻지(wedge)를 찾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또한 번들링은 더 효율적인 사업 운영 (e.g., 가격 책정, 조달 프로세스 등을 통한 영업 기획력)을 통해서도 취득이 가능하다.
워크데이(Workday), 리플링(Rippling), 딜(Deel), 애쉬비(Ashby) 등이 바로 이런 번들링을 통해 여러 제품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을 하나로 모아서 방어 전략을 구축할 수 있었던 좋은 사례이다.
b. 제품의 커버리지
일부 시장의 경우 어떤 제품이 커버하는 범위가 넓고 깊기 때문에 신규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어렵고, 기존 제품이 제공하는 기능이 너무 많고 다양하며 그 완성도가 높기에 "기능 동등성" (feature parity)을 가지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가장 낮은 가치/가격대의 세그먼트에서 출발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으로서 성장하면서 제품의 깊이를 쌓아가는 것이다.
5. 협상 및 파트너쉽
a. Early Access
기업이 어떤 고유 자산을 보유한 경우 얼리 액세스를 통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OpenAI는 일부 기업에게만 GPT-4를 제공하고 있다.
b. 독점 채널 파트너 및 유통
흔하진 않지만, 독점으로 강력한 채널 파트너 및 유통 파트너사와 계약을 맺게 되면 빠르게 브랜드, 스케일, 그리고 유통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창기 구글은 야후!와 AOL등과 계약하고 검색엔진 기술을 제공함으로 초기 성장동력을 빠르게 마련한 바가 있으며 초창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IBM과 독점으로 OS 공급 계약을 맺음으로써 빠르게 성장한 사례는 향후 소프트웨어 시장의 "킹메이킹" 모먼트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c. Backend
핀테크(e.g., 뱅킹 라이센스, 결제 백엔드 등)와 같은 특정 시장에서는 파트너쉽 계약을 맺고 내용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6. 영업(세일즈) 그 자체가 해자(moat)가 되는 경우
대부분의 SaaS 혹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결국에는 영업(세일즈)을 통해 해자를 구축한다.
예시:
- 장기 구독 계약: 다년간의 장기 계약을 통해 고객을 lock-in 시키는 것이다. 일부 산업에서는 고객이 무려 5~7년 수준의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신규 진입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매우, 매우 힘들어진다.
- 세일즈 프로세스: 대기업 영업은 SMB/스타트업 영업과는 달리 보안 검토/감사, 조달, IT 및 기타 영역을 포함하여 여러 명의 이해관계자/구매자들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대기업 세일즈 사이클은 따라서 수개월이 걸리기도 하므로 이미 거래하고 있는 벤더사로부터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이 부족할지라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7. 규제
일부 기업은 규제를 통해 방어 전략을 구축한다. AngelList는 초기에 엔젤신디케이트 (엔젤투자자가 신디케이트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투자 방식)를 운영할 수 있도록 SEC로부터 허가받았다.
8. 데이터 및 "System of Record 효과"
고객 데이터와 같은 기업 고유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면 (특히 장기간에 걸쳐 쌓인 데이터셋) 그 자체로 방어 전략이 될 수 있다. 이것을 "System of Record" 효과라고 하는데, 사용자, 조직/회사 등에 대한 "system of record"를 보유한 소프트웨어는 장기적으로 매우 강력한 방어진을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데이터 효과는 규모가 큰 소비자 제품이나 매우 특정한 업종을 제외하고는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9. 규모의 경제 효과
자본(Capital as a moat)
- 같이 보면 좋을 글: 자본이 전략이 될 때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실행하고 네트워크 효과 또는 방어가 가능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경우가 있다. 틱톡이나 우버가 좋은 예시다.
한국에서는 쿠팡도 예시로 들어볼 수 있다.
비즈니스 스케일과 협상력
때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협상력을 키워 사전에 가격을 협상한다든지 할 수 있다면 경쟁자보다 더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서 자족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결제나 기타 서비스에도 규모 효과가 있어, 거래량이 많을수록 백엔드 제공업체의 가격이 저렴해지기도 한다.
10. 오픈소스
크리에이터의 이점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은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주체가 결국 그 프로젝트의 기술을 제일 잘 활용하여 상업화 할 수 있다. 세그먼트(Segment)와 dbt Labs가 좋은 예시다.
개방성
일부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오직 오픈소스 기술만을 사용하기도 한다.
11. 브랜드
기업의 어떤 특정 포지셔닝으로 인해 결국 "브랜드"가 구체화되고 확립되게 된다. 또한 특정 포지셔닝은 곧 특정 use case로 이어지는데, 브랜드를 확립한 기업은 해당 use case에서만큼은 "default choice"가 된다.
12. IP 해자
IP로 인한 해자의 경우 SaaS나 B2C 산업보다는 좀 더 하드 테크(hard tech)나 바이오테크(biotech)와 같은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13. 그외 기타 방어 전략
아래 방어 전략들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플레이어(incumbent)가 기존에 있을 때 스타트업에 유의미한 수단이 되어 준다. 지배적인 플레이어가 없고 많은 스타트업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면 아래 전략들은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차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적다.
Speed
스타트업이 기존 플레이어(incubment)에 비해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는 속도이다. 스타트업은 정의 그 자체로 더 적은 인원과 자원, 더 적은 고객 수와 제품의 커버리지로 경쟁하지만, 반복(iteration)과 실행 속도, 고객 대응 속도, 채용 속도 면에서는 기존 플레이어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속도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오직 극소수의 스타트업만이 지속해 빠른 실행 속도를 유지한다.
Pricing
때때로 스타트업은 낮은 비용 구조, 카운터 포지셔닝/기존 제품군의 잠식 등의 부재, 혹은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기존 플레이어에 비해 더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경쟁 스타트업에는 적용이 안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다른 경쟁 스타트업이 실행할 수 없는 방식으로 제품을 크로스 셀링하기 위해 특정 제품을 무료로 제공한다면 (e.g., Freemium), 그것도 역시 훌륭한 방어 전략이 될 수 있다.
제프 베조스의 명언인 "여러분의 마진은 제 기회입니다."가 내포하는 아마존의 초기 방어 전략 역시 반즈앤노블, 월마트와 같은 기존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펼친 가격에서의 경쟁우위였다.
"Your margin is my opportunity."
– Jeff Bezos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스타트업이 아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함으로 높은 레버리지를 갖는 사업을 일구어내거나 기존 플레이어들이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경우도 있다.
방위산업에 있는 Anduril은 기존 플레이어들이 5~8% 정도의 마진으로 만족하는 시장에서 IT기업 수준의 중간이윤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플레이어들은 국방부가 주문하는 군수물자 제조 비용의 5~8% 중간이윤을 붙이는 전통적인 비용 기반의 중간이윤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에는 군수업체가 비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인건비가 결국 제조원가에 중간이윤을 붙이는 방식으로 발생하다 보니 느리게 움직이거나 대충하는 데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방위산업 업체들이 10원짜리 나사를 사용하지 않고 10만 원짜리 나사를 사용하는 이유도 인센티브 구조가 비용에 5~8% 중간이윤을 붙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방어 전략은 기본적으로 최소 몇 년에 걸쳐 만들어진다.
패스트 팔로워*가 잘 없는 이유
*Fast Follower. 시장에서 새롭게 선보여진 새로운 기술, 비즈니스 모델 등을 빠르게 따라하면서 자신만의 포지셔닝을 확립해가는 전략
방어 전략을 만드는 게 이렇게나 어렵고, 또 이렇게나 오래 걸린다면, 애초부터 방어 전략을 고민하는 것보다는 아직은 초기이지만 뭔가 작동하는듯한 제품을 더 빠르고, 더 효율적으로 따라가는 Fast Follower 전략을 적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그런데 왜 생각보다 스타트업 업계에 이러한 Fast Follower 들이 없을까?
- 생각보다 그 제품이 FOMO로 인해 만들어진 하이프(hype)인지, 아니면 실제로 동작하는 비즈니스인지 파악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 창업자들은 대게 자신들이 만드는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따라서 남의 것을 남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경쟁우위를 점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이 다른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따라 할 때는, 곧이곧대로 가져와서 베끼는 것이 아니라 기존 아이디어를 응용하여 자신의 비즈니스에 고유의 방식을 더하는 쪽으로 따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응용하다 보면 실제로는 제품을 더 복잡하거나 더 안 좋게 만들 위험이 크다.
- 시장에 대한 "소문난 집에 먹을 것 없다"-식의 인식이 자리 잡으면 기존 플레이어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경쟁우위를 점하는 것이 가능할지라도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 초기 카피캣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고유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보다 채용에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람들은 앞서서 설명한 방어 전략들이 초기부터 있을 것이라고 미뤄 짐작하기 때문에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트랙션이 명확하고 PMF를 명확하게 찾기 전까지는 온보딩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스타트업 vs. 인컴번트: 경쟁의 진화
대부분의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명확하지 않고, 실현/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이렇지 않다면 지금 모두가 스타트업을 하고 있어야 만 할 것이다.
종종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작고 초라해 보인다. 심지어는 애들 장난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오로지 절박한 사람들만이 이런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데, 이는 기존 대기업에게는 처음에는 너무 작은 시장이나 사용 사례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스타트업의 첫 4~5년 동안을 들여다보면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다른 스타트업과 경쟁했던 경우가 많았다.
스타트업이 "스타트업 무리"에서 드디어 벗어나 큰 시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대기업이 스타트업이 제시하는 방향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시작한다.
이때, 대기업은 기존의 자원을 십분 활용함으로 우위를 점하려 하는데, 바로 크로스 셀링이나 번들링으로 우위를 점하곤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Microsoft Teams)의 사례가 그 예시다. 슬랙(Slack)과의 경쟁에서 MS Teams는 기존 고객들에게 Office의 번들로 제공했다. 이것만으로 MS Teams는 슬랙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고객베이스를 늘려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타트업 간의 경쟁에서 대기업과의 경쟁으로의 확장은 4~7년 정도가 걸린다. 이때, 대기업의 대응은 굉장히 맹렬하기도 하고(e.g., Microsoft Teams), 안일하게 대응할 때도 있다 (e.g., Microsoft Bing vs. Google, Google Plus vs. Facebook).
다른 상황에서는 기존 플레이어가 크고 명백한 기회를 인지하고 훨씬 더 빠르게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다. 현재 Generative AI 영역에서 Microsoft, Github, Notion, Intercom과 같은 기존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Meta(Facebook), 그리고 메타의 Instagram은 SnapChat "스토리" 기능을 빠르게 모방하여 지금은 스냅챗의 그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액티브 유저를 끌어모으는 기능이 되기도 했다.
특히 초기(첫 1~3년) 스타트업이라면, 기존 기업의 빠른 시장 진입이나 확장은 말 그대로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예비 창업자는 자신이 플레이할 제품 영역에 대해 기존 업체들이 얼마나 공격적인지,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기회에 대해 얼마나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회사의 현직 임원을 만나거나 전직 직원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상장사라면 실적 발표 통화(earnings call) 기록을 통해서도 알 수 있으며, 현직 임원의 사전 편향된 행동과 해당 대기업의 제품을 출시하는 속도와 제품을 만드는 능력과 수준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ability to ship products).
선택과 집중: 자기 배꼽 바라보기 vs. 경쟁자 vs. 사용자 바라보기
기업이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영역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자기 배꼽 바라보기
대기업일수록 "자기 배꼽"만 쳐다보다 (혹은 규제기관의 배꼽) 자기의 사용자들에 대해서 까먹기 쉽다. 이는 기존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던 영역에서의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날 오프닝을 제공하는 꼴이 되고 만다.
이러한 대기업들은 제품을 런칭할 때 다중으로 임원들의 결재가 필요하며, 해당 제품이 얼마나 안전하고 공정한지도 확인해야 하며, 해당 제품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치(KPI)와 OKR을 수립해야 하고, 제품 런칭을 수행하는 구성원들의 퍼포먼스 리뷰도 해야 하고, 변호사들의 법률 검토도 받아야 하고, PR팀의 검토도 받아야 하고, 이런 검토를 위한 검토 미팅을 준비해야 하고, 이 제품을 전 세계로 런칭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등의 일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런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결국 제품은 더 이상 좋은 제품이 되기 어려워진다.
만약 어떤 회사가 신제품이 이제는 나올 법도 한데 어째 조용하다면, 아마도 위 과정을 거치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경쟁자에 집중하기
두 번째로 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영역은 경쟁자이다.
이렇게 운영되는 기업은 사용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그들의 경쟁자가 출시하는 기능, 제품, 카피 등 무엇이든 출시되는 족족 따라서 만든다.
경쟁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회사는 외부의 반응에 민감한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고객/사용자를 중심으로 운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또한 분명한 단점이다.
또한 이러한 회사 역시도 본인이 고객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종종 망각한다.
이러한 회사들이 로비나 규제를 통해 시장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에는 파생되거나 정체되어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일부 대기업은 경쟁 중심 전략을 통해 성공하기도 한다. 경쟁사의 제품을 베끼거나, 인수하거나, 앞서서 설명한 끼워팔기를 통해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들 사이에 이상하리만큼 특이한 경쟁자 의식을 볼 수 있다. 바로 경쟁사들을 깎아내리는 것인데, 이를테면 "저 회사는 미디어 관심을 받아서 크는 것이다," "이 회사는 그럴 상태가 아닌데도 투자를 너무나도 쉽게 받는다"며 필요하지도 않은 대규모 펀딩 라운드를 진행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렇게 씁쓸한 소리를 하는 창업자들은 실패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사용자에 집중하는 기업은 고객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고 있으며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곧 더 월등한 제품, 세일즈, 고객 성공(Customer Success), 가격 등으로 이어진다.
고객에 초점을 맞추면 더 많은 일이 올바르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고객 중심이 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큰 도움이 되지만, 때때로 기존 기업이 너무 우세하여 우수한 고객 경험과 제품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이 OpenAI의 향후 행보에 대해 어떤 것들을 시사하는가?
결론은 고객의 요구를 잘 충족시키는 것이 방어 가능성보다 더 중요하고 생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방어 전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축하게 된다. 특히 독점 데이터를 보유하게 되거나, 워크플로우를 고착화하거나 영업 또는 기타 해자를 통해 방어성을 구축하는 경우에는 더더욱이 그 경향이 뚜렷하다.
제품 런칭 이후 제품 구축과 확장이 빈약하거나 느리거나, 주기가 적을수록 다른 스타트업이나 기존 기업이 뒤쫓아와 기존의 지위를 잃어버릴 리스크가 크다.
위에서 언급한 한 가지 형태의 방어력을 구축하는 데는 실행 속도와 v1 제품을 출시한 다음 지속적인 출시가 매우 중요하다. 물론 회사가 미리 방어할 수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나은 것은 당연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빠르게 대응하여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인컴번트를 조심해야 한다.
이 글은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엔젤투자자 Elad Gil (Airbnb, Airtable, Coinbase, Deel, Figma, GitLab, Gusto, Notion, Retool, Rippling, Stripe, Square 등 투자)의 Defensibility & Competition 포스트를 요약 및 의역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