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실시간 채팅 협업은 생산성을 저하시키는가?

슬랙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평균 5분마다 한 번씩 커뮤니케이션 앱을 확인한다고 한다.

왜 실시간 채팅 협업은 생산성을 저하시키는가?

인류의(Homo sapiens) 기원을 다룬 책 Sapiens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난 수십 년 간 우리는 시간을 아끼고자 수많은 도구를 발명하게 되었다. 세탁기, 청소기, 디시워셔, 전화기, 스마트폰, 컴퓨터, 그리고 이메일까지. 예전에는 편지를 쓰려면 많은 수고가 필요했다. 정성 들여 글을 쓰고, 주소를 적고, 봉투에 넣은 다음 우표를 붙여 우편함에 넣었다. 그리고 몇 주, 어쩔 땐 몇 달이 걸려서야 상대방이 받아볼 수 있었다.

요즘 시대에 나는 스크린에 몇 줄 적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1분도 안 걸려 편지를 보낼 수 있다. 물론 그 사람도 온라인이라면 1분도 안 걸려 답장을 바로 할 수도 있다.

나는 편지를 쓰던 예전에 비해 많은 수고를 덜고 시간을 아낄 수 있지만, 나는 과연 예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편지를 주고받던 시절에 사람들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편지를 썼다. 사람들은 그래서 어떻게 글을 쓸지 깊게 고민했다. 즉, 어떻게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할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나서야 편지를 썼다. 생각이 들자마자 스크린을 켜서 휘갈겨 쓰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방에게도 깊게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답장을 쓸 것이라 기대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한 달에 몇 개의 편지를 주고받는 정도로 만족했다. 편지를 받고 바로 답장할 필요를 느끼지도 못했다.

오늘날 나는 바로 답장해주길 원하는 이메일을 하루에만 수십 통을 받는다. 이것이 우리는 시간을 아끼는 지름길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삶의 쳇바퀴를 10배 더 빠르게 하는 것에 흥분한 나머지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더욱더 불안하고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Sapiens 중에서.

저자 유발 하라리는 본문에서 이메일을 예시로 들어 현대 지식인들(sapiens, knowledge worker)의 불안정한 삶을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이메일보다 더 심한 것은 실시간 채팅(real-time chat)이다. 슬랙(Slack)으로 대표되는 실시간 채팅 협업 방식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생산성을 저해하고 있다.

실시간 채팅이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몰입을 저해하는 이유

실시간 채팅은 빠르다. 상대방에게 DM을 보내거나 #채널에서 여러 사람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누군가를 @태그해서 대화에 참여시킬 수도 있다. 실시간 채팅을 사용하면, 정말 편하고 손쉽게 협업할 수 있다.

슬랙(Slack)이 처음 나왔을 때는 이메일을 대체하겠다고 했다. 이메일은 느리고, 인박스에 읽지 않은 이메일들이 가득 차 정작 내가 봐야 하는 정보를 보지 못하게 했다. 여러 사람이 참조된(CC) 스레드(thread)에서는 집중을 방해하는 무자비한 인덴테이션(indentation), 찾기 어려운 첨부파일들, 용량 문제 등 - 이메일은 유일한 협업 수단이었기에 썼을 뿐, 절대로 협업하기 편한 도구는 아니었다.

그래서 슬랙은 인박스들을 주제별로 쪼개어 채널들로 구분할 수 있게 했고, 실시간으로 상대방과 메시지를 쉽고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게 했다. 슬랙과 실시간 채팅 도구들은 분명 이메일 기반의 협업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었다. 그래서 2014년 처음 공개되었을 때부터 2021년 지금까지, 그동안 슬랙과 MS 팀즈 등 실시간 채팅 기반의 협업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것이다.

문제는 슬랙과 실시간 채팅 도구들은 생산성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개선하게 해준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본질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업무 방식을 개선(mere improvement)했다는 것이다. Deep work의 저자 칼 뉴포트(Cal Newport)는 최근 The New Yorker에 슬랙과 실시간 채팅 도구들이 회사들에 가져온 역효과를 지적하는 글을 기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슬랙(Slack)이 정보량이 넘치는 시대에서 이메일 협업의 부족한 점을 개선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사용자가 슬랙을 사용하는 빈도 역시 크게 늘려버렸다.

Though Slack improved the areas where e-mail was lacking in an age of high message volume, it simultaneously amplified the rate at which this interaction occurs.

– 칼 뉴포트 (Cal Newport)

RescueTime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슬랙(Slack)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이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을 확인하고, 그 빈도는 무려 5분마다 한 번씩이라고 한다.

5분마다 한 번씩 확인하게 만드는 도구. 뇌과학자, 심리학자들이 알려주지 않아도 이 정도의 인터럽션(interruption)은 우리가 집중해서 일을 끝내는데 매우 치명적인 것을 알 수 있다. 실시간 채팅 협업은 정말로 우리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도구인가?

팀 구성원들끼리 빠른 속도로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니, 정작 고도의 집중이 요구되는 중요한 업무보다 메시지 주고받는 것 자체에서 많은 인지적 에너지를 쏟아버리게 된다.

집중하려고 하다가도, 오프라인 오피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듯, 슬랙 메시지는 내가 집중하는 것을 무차별적으로 방해할 때가 정말 많다. 언제 방해할지 예상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channel, @here, @Chris, DM 등 - 내가 알림을 받아야 하는 것들은 시도 때도 없이 나의 랩탑과 아이폰을 울리고 있다.

1x60분 = 1시간.
2x30분 = 1시간.
12x5분 = 1시간.

5분마다 한번씩 확인해가며 쓰는 60분과, 한번 확인하고 쓰는 60분은 같은 1시간일지라도 Quality에 있어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차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모두가 다 차단하면 모를까, 구성원들은 여전히 슬랙을 통해 업무 관련 대화를 주고받는데, 나 혼자 다 차단해버리고 집중할 수도 없다. 모두가 “집중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에는 서로 메시지 하지 말자고 약속을 하는 것도 얼마 못 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시스템 없이 인간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효율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우리는 매우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반강제로 리모트 환경을 만들게 된 회사들의 경우에는 이 문제는 더더욱 곪게 된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메시지들. 점심시간이라 가족과 식사를 하는 데 울리는 슬랙 알림. 분명 나는 퇴근하고, 랩탑 덮었는데 밤에 팀장에게서 오는 DM… 안 보고 무시하면 또 모를까, 누군가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는 알림을 보면 궁금해서라도 보게 된다.

낮에 은행을 다녀오거나 병원을 다녀와야 해서 업무를 잠시 중단한 상태인데, 다른 구성원들은 여전히 슬랙을 통해서 업무 관련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업무 복귀해 컴퓨터를 열면, 이미 대화는 다 끝나고, 결정까지 다 한 상태임을 알게 된다. 나는 온라인이 아니었기에 대화에 참여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렇게 지식노동자들은 슬랙과 실시간 협업 채팅으로 인해 이메일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90년대의 일/삶 밸런스보다도 어쩌면 더 심각한 불균형을 겪는다. 지식노동자의 생산성 역시 악영향을 받는다. 대화와 미팅, 메시지/채팅 등은 생산성의 환영(illusion)일 뿐, 실제 생산성이 아니다. 실제 생산성은 work product (=아웃풋)으로 말할 수 있다. 결과 말이다.

우리는 [슬랙을 만듦으로써] 생각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일에 과부하가 걸리게 했어요.

We’ve created a new problem because people feel overloaded.

–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d Butterfield), 슬랙(Slack) CEO

과부하가 걸린 우리의 일과 협업.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는 슬랙이나 실시간 협업 채팅 자체를 쓰지 않거나 (놀랍게도, 우리는 실시간 협업 채팅 이전에도 충분히 일을 잘 해왔다), 덜 쓰거나, 아니면 실시간 채팅이 아닌 비동기 협업을 돕는 도구를 도입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먼저 나부터

직급이 높지 않은 이상 회사에서 다른 구성원들의 업무 방식에 영향을 주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특히 Individual Contributors(IC), 즉 피플 매니저가 아닌 경우나 피플 매니저이더라도 회사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구성원 모두가 매일같이 쓰던 슬랙(Slack)을 버리자고 얘기하기에는 어렵다.

그런 경우, 내가 100% 제어할 수 있는 영역, 즉 먼저 자기 자신부터 생산성이 높은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시작은 작게 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업무 시간이 따로 있거나 주로 일하는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대보다 30분, 1시간 일찍 업무를 시작하거나 해서 정한 시간대에는 일절 슬랙과 같이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것들은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처리해야 할 일 1가지를 택해서, 정해둔 시간에 온전히 몰입해서 처리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업무 시간이 늘어나 work-life balance에 지장을 줄 수도 있겠지만, 금세 오히려 전체 업무 시간으로 본다면 훨씬 더 적은 시간으로 많은 일을 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회사는 지정 업무 시간이 따로 없기도 하고, 100% 리모트라 내 활동 시간에 다른 구성원들은 주로 자고 있어서 내 하루 전체를 이런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기에 나는 내 시간 안에서 100% 몰입하는 시간을 따로 잡는 편이다. 이를테면, 매일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는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고, 협업 도구들을 열지도 않는다.

몰입하는 습관이 좀 형성되었다면, 그다음에는 업무 시간 내에도 실시간 채팅을 자제하는 시간을 둬 본다. 예를 들어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 의도적으로 슬랙을 사용하지 않는다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얘기를 하면, 많은 분이 동료가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든다고 한다. 두시간 동안 연락이 안되는 것이니까.

그러나 결국에 선을 긋는 일은(boundary setting) 본인이 직접 하거나 회사 차원에서 도입해야 한다. 처음에는 동료들이 의아해할 수 있기는 하겠지만, 적절한 선을 그음으로 인해 빨라진 업무 진행 속도를 실감하면 자연스럽게 동료들도 비동기적으로 몰입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좋은 기업 문화는 이렇게 서서히 스며들듯,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퍼져 나가기 마련이다.

궁극적으로는 팀과 회사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앞서서 얘기했지만, Individual Contributor인 경우 팀 전체를 생산성이 높은 업무수행 방식으로 전환하게 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 있다. 구성원 개인이 각자 노력해서 의미 있는 개선을 이뤄낼 수 있지만, 0에서 1로 넘어가는 breakthrough change는 팀, 혹은 회사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회사 전체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이끄는 팀이 있다면, 그 팀부터 개선하면 된다.

이 점은 제이슨 프리드(Jason Fried), Cal Newport 역시 팀의 생산성을 개선하는 문제를 두고 동의하고 있다. Jason Fried는 The Minimalists 팟캐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3명짜리 팀을 이끈다고 해봅시다. 회사 전체는 과부하가 걸린 채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의 팀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의 팀부터 일의 방식을 바꾸세요. 처음부터 회사를 다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당신 팀의 바뀐 모습에 점차 다른 팀 사람들이 주목할 겁니다. 그때, 당신은 회사 전체를 바꿀 수 있는 레버가 생긴 겁니다. 레버리지를 활용하세요.

– 제이슨 프리드(Jason Fried)

팀 차원, 혹은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은 use case/목적에 맞는 적절한 도구를 도입하는 일이다. 도구는 기업 구성원들의 행동과 문화를 빚는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슬랙과 같은 실시간 협업 채팅 도구를 도입했을 때, 구성원들은 슬랙이 디자인한 방식대로 협업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방식이 굳어지면서 앞서서 말한 부작용들이 생길 수 있다. 적절한 도구를 도입했을 때, 도구를 사용하는 구성원들의 업무수행 방식 역시 자연스럽게 빚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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