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m Intro 요청하고 받는 법
누구를 아느냐가 결국 무엇을 아는가로 이어진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정보가 있지만, 정확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보는 결국 사람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모든 비즈니스의 시작은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연결은 소개로 이어진다.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과 지원, 그리고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스타트업의 생태계에서 더더욱 크게 다가온다.
벤처캐피털 투자, 기업과 기업 간의 전략적 파트너쉽, 초기 B2B 고객 세일즈, CTO 채용 등 스타트업의 일에 거의 모든 부분에서 네트워크가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서로 소개해 주면 소개해 줄 수록 나도, 다른 사람도 모두 Win 할 수 있음을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누가 누구를 알고 있다”는 곧 자본 시장에서는 “사회적 자본” 즉, Social Capital이 된다.
그리고 이 Social Capital을 잘 쌓고, 잘 활용하는 것이 바로 ‘웜인트로’, “Warm Introduction” 이다.
Warm 인트로란 무엇인가?
우리말로 직역하면 “따뜻한 소개”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Warm Intro는 비즈니스 (투자, 파트너쉽, 영업, 채용 등) 관계에서 콜드 콜/이메일의 반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만나는 이들 중에는 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있고, 어렵게 시간을 내어 만났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만남도 있을 수 있다.
Warm 인트로는 이런 딜레마를 해결해 주는 장치이다. 내가 신뢰하고 잘 아는 사람이 소개해 주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한국이든 미국이든 어느 사회에서나 사람들은 소개를 통해 비즈니스 관계를 맺지만, 미국과 실리콘밸리에서의 warm intro 방식을 아직 한국에서는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Warm intro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
경험상으로도 내가 하는 모든 비즈니스는 결국 “intro”를 통해 이루어졌던 것 같다. 투자도, 큰 사이즈의 영업 딜도 warm intro 이메일 한 통으로 시작되었다.
Warm intro를 활용하면, 내가 원하는 목표를 더 빠르게 이룰 수 있다. 상대방이 나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있지 않더라도, “누구누구의 소개로 왔다”고 전하면 금세 풀고 대화를 만들어 갈 수 있게 된다.
투자를 받든 제품을 팔든 간에 warm intro를 통하는 것이, 그렇지 않고 콜드메일을 보내서 하는 것보다 10번 중의 10번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모든 비즈니스 관계는 warm intro를 통해서 만드는 것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연애 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소개팅’이라는 사회적인 장치가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소개를 해주는 사람이 양쪽에 평판을 걸고 이어주는 것인 만큼 소개를 요청하는 사람도, 소개를 받는 사람도 어느 정도 신뢰하고 참여할 수 있다.
또 소개를 요청받는 사람(이어주는 사람)과 만남을 요청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warm intro는 깔끔하고, 효율적이며,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다른 사람을 소개해 줄 때, 나는 그 사람을 별로 만나고 싶지 않지만 소개해주는 사람의 성의를 봐서 억지로 만나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실리콘밸리 방식의 warm intro는 과정에서 요청을 거절하기가 어렵지 않게 되어 있어서 이러한 사소한 불편함도 없다.
Warm intro는 소개를 요청한 사람, 소개를 받는 사람, 소개 해주는 사람 — 이 3자 모두가 “win”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아마 처음부터 모두가 지금의 warm intro 방식을 사용하지는 않았겠지만, 수많은 iteration을 통해 지금의 warm intro 방식이 개발되지 않았을까.
Warm 인트로의 순서와 과정
Warm 인트로의 순서와 과정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A, B, C가 있고 A가 B에게 요청하여 C를 소개받고자 하는 경우를 가정한다면:
- A가 B에게 (1) A가 누구고, (2) C를 소개받고 싶은데, (3) 그 이유와 (4) 왜 C가 시간을 내어 A를 만나야 하는지를 간략하게 담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면,
- B가 “C에게 가치가 있을 만한 소개”라고 판단이 된다면, C에게 A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포워드하여 의사를 확인한다.
- C는 B를 통해 전달 받은 A의 소개 요청 이메일을 읽어보고, 수락한다. 이때, 당연히 거절할 수도 있다. 주로 ‘지금 나는 다른 우선순위에 집중하고 있어서, 만날 수 없다’ 정도의 메시지로 회신하여 거절한다.
- C가 수락하였을 경우, B는 A와 C를 모두 CC한 이메일을 작성하여 서로를 소개한다.
- A는 B를 BCC로 보내고, C에게 인사하면서 미팅 시간을 제안한다.
Warm 인트로 요청하는 방법
우선 warm intro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다고 해서, warm intro 요청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정말 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명확한 어젠다가 있는 상태에서, 해당 어젠다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을 때만 warm intro를 요청해야 한다. 이렇게 어젠다가 있고, 소개를 받고 싶은 사람을 알게 되면, 그다음에는 내 1st degree 컨넥션 (“일촌”)또는 2nd degree 컨넥션 중에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파악하고, 그중에서 소개를 요청할 사람을 선택하여 intro 요청을 한다.
언제 바로 warm intro를 요청해서 비즈니스 관계로 이어질지 모르니, 소개받고 싶은 사람을 주기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Relate에서도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개인용 인맥 관리 툴이 출시되면 나의 1st, 2nd degree 인맥을 더 효율적이고 잘 관리할 수 있다.
누구에게 Warm 인트로를 요청하는 것이 좋은가?
예를 들어, 투자 유치가 목적이라면, 단연 다른 창업자들이 가장 좋은 인트로 채널이다. Y Combinator에서는 Warm Intro에도 등급이 있다고 설명한다:
“누가 나를 투자자에게 연결해 주는가는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투자자는 당신에 대한 가치를 우선적으로는 연결해 주는 사람의 평판을 대리(proxy)기준으로 삼기 때문이죠.
투자자의 입장에선, 아래 순서로 warm intro에도 등급을 매깁니다.
(해당 투자자가 투자한)성공한 창업자의 인트로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기업 창업자의 인트로
현재 우리 회사의 투자자 라운드를 리드하지는 않는 포지션인 경우.
믿을 수 있는 친구의 인트로
펀드레이징/IR을 넘어 사실 모든 분야/맥락에서 warm intro에도 등급이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Warm Intro를 마구 요청하기 전에, 누가 연결해 주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Warm 인트로 요청 이메일 쓰는 방법
모든 비즈니스 이메일이 그렇듯, Warm 인트로 이메일 역시 최대한 간단하고, 두루뭉실한 내용 없이 담백한 정보들로만 구성해야 한다.
이메일에는 내가 누구고, 왜 다른 사람이 나에게 시간을 내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를 적는다. 매출 규모, 투자 금액 및 투자자 리스트, 이전 직장 (유명 기업이라면) 리스트 등 — 나의 트랙 레코드를 정리하여 적는다.
또 Warm 인트로 이메일의 목적은 결국 소개를 받고자 함에 있다. 다른 어젠다는 이야기하지 말고, 오직 소개를 요청하는 메시지에만 집중해야 한다.
“X에 대한 이유로 C와 만나고 싶습니다.”
Airbnb, Airtable, Notion 등에 투자한 엔젤투자자 Elad Gil은 warm intro를 요청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Warm 인트로 이메일도 콜드메일과 마찬가지로, 아이폰으로 이메일 내용을 읽었을 때 한 화면에 다 들어가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확인해야 할 점검 사항은 “forwardable한가?”이다. 인트로 요청을 받은 B가 이메일을 받았을 때 바로 C에게 포워드할 수 있도록 이메일이 잘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가를 점검하고 보내야 한다.
정리하면:
- 최대한 짧고 간단한 내용으로 구성한다. 아이폰 화면 안에 모든 내용이 다 들어오도록.
- 내용에는 (1) 내가 누구고, (2) 왜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 CTA를 명확하게 한다. 예: “X에 대한 이유로 C와 만나고 싶습니다.”
- Forwardable 한가? 확인한다.
다음은 내가 실제로 받은 Warm Intro 요청 예시다.
하단 부분은 인트로 요청자가 연결자에게 인트로를 요청하면서 보낸 메일이다. 메일에는 왜 나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왜 내가 시간을 내어서 그와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
이 요청 이메일을 받은 연결자는 나에게 포워드 하며 상단 부분의 내용을 적었다. 이 연결자의 경우 포워드 이메일을 보내기 전, 나에게 따로 DM을 통해 의사를 확인하고 진행하였다.
일반적으로는 요청한 사람이 팔로업을 하지만, 종종 소개를 받는 사람이 바로 팔로업하는 경우도 있다. 위 사례가 그런 경우인데, 나는 보통 소개를 받는 사람의 입장이더라도 그냥 바로 팔로업해서 미팅을 잡는다.
이런 경우에라도 위 스크린샷에서 볼 수 있듯, 주선자를 BCC로 옮기고, 전체 답장하면서 미팅 슬롯을 제안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인트로 이메일 후에 해야 할 액션들.
간혹 인트로를 해주었지만, 이메일을 열어보기만 하고 (Relate은 수신자 열람 확인이 가능하다) 답장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다리를 놓아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곤란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내가 인트로를 요청했고, 인트로가 실제로 되어서 인트로 이메일이 왔다면, 바로 다음 액션을 취해야 한다.
- 전체 답장(Reply All)을 하되, 소개를 해준 사람은 BCC로 변경한다.
- 이메일 첫 마디에 소개해 준 사람을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간단히 적고, BCC로 전환했음을 알린다.
- 소개받은 사람에게도 시간을 내주어 고맙다고 적고, 이후 팔로업 내용을 이야기하면 된다 (미팅 시간 제안 등)
- 미팅 시간을 제안하는 경우,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좋다. 이 말은, 상대방이 바로 일정을 고를 수 있도록 미팅 스케줄링 캘린더*를 공유하거나, 2~3개의 가능한 시간 슬롯을 제안하거나, 둘 다 동시에 공유하도록 한다.
*미팅 스케줄링 캘린더의 경우 Relate Cal과 같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왜 소개해 준 사람을 BCC로 넣어야 하는가?
인트로 이메일에서 이어질 불필요한 이메일 스레드를 굳이 받아보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BCC로 보내는 것이다. BCC로 수신한 다음에 달리는 이메일은 수신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리를 놓아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한다.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나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소개를 기꺼이 해준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은 좋은 비즈니스 매너이다. 선물할 수도 있겠지만, 간단한 감사 인사 정도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고, 연결해 준 사람에게 Intro를 통해 만들어진 비즈니스 아웃컴을 공유해주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인트로를 통해 내 분야의 모든 사람과 연결 될 수 있다.
누구를 아느냐가 결국 무엇을 아는가로 이어진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정보가 있지만, 정확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정보는 결국 사람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비즈니스 소셜 네트워크인 링크드인의 창업자 Reid Hoffmann은 네트워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 자산, 꿈, 목표, 시장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결국 사람을 통해 새로운 아군을 얻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얻게 되는 것이고, 결국 사람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그 리스크를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뇌와 연결함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우리는 네트워크 인텔리전스라 부른다.”
— Reid Hoffmann
사람들은 절대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을 정보를 1:1의 대화에서는 열어 공유한다. 또 사람들은 대화의 맥락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고, 개인화된 조언을 제공하기도 하며,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잘 필터링해 주기도 한다.
사람들과 연결됨으로 이전보다 더 깊고 명료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며, 더 나아가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한 분야에서 170명의 인맥이 있는 사람은 사실 약 200만 명의 네트워크와 연결이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200만 명의 네트워크는 Warm Intro만으로 대부분 만날 수 있는 2촌, 3촌 네트워크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함으로 더 나은 우리를 만들 수 있다. 인트로를 요청하면 나와 연결되어 있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인트로를 요청해서 내 커리어, 내 비즈니스의 성장을 가속화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