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 일하면서 보내는 휴가가 가능하다고요?
휴가와 일을 같이 보내는 새로운 시도. Relate 팀 Arthur 가 다녀온 워케이션 후기를 공유합니다.
워케이션 Workation 이 뭐야?
잠시 참으면 금방 끝날 것 같았던 팬데믹 상황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저희 Relate 팀은 창업 초기부터 모든 구성원이 100% remote 로 일하고 있어 그동안 일하는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행정적인 이유에서 사무실이 존재하지만, 모두가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매일 오전에 있는 싱크 미팅에만 참여할 수 있다면 본인이 집중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창업 시점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요즘 시기에는 여러모로 좋은 점도 많습니다.
잠시 참아서 끝날 일이 아니다 보니,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쉬는 방식에도 변화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워케이션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워케이션(Workation)이란 여행지에서 일하며 휴식도 즐기는 (Work + Vacation = Workation) 업무 형태를 말합니다. 저도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vacation이 좋은데….' 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Refresh 가 필요하다.
저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1년에 1주(가능하다면 2주) 이상의 장기 휴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닥치는 일에 파묻혀 살다 보면, 시간을 들여오래 생각해야 하는 일이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하루하루의 루틴에서 벗어나는 행위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일수록 긴 휴가를 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원래 일이 많기도 하고,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일수록 자리를 비운 동안 내 일을 대신해줄 사람이 있는 상황이 흔하지도 않으니까요. 휴가를 다녀오면 내 일은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도 휴가를 가긴 가지만 남은 일 때문에 마음 불편하게 떠나거나, 휴가를 전후로 오히려 밤을 새워 일한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저도 휴가를 가더라도 중간중간 내가 꼭 해야 하는 일들은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죠?) 사무실이나 집에 앉아서 일하거나, 제주도의 부모님 댁에서 일할 때도 저는 랩탑과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일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휴가 때 일 하지 않기 위해 전후로 무리를 하는 것보다 휴가 기간을 길게 잡고 시간을 배분해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애초에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죠.
그러나 막상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을 오래 비운다는 마음의 부담도 있고, 막상 떠난 휴가지가 업무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환경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언젠간 해보리라 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던 찰나에, 저희 Relate 팀이 2020년부터 여러 도움 받는 디캠프에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해보시려고 한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스타트업이 생각만 하고 실행하기 쉽지 않은 일들을 디캠프에서 참 많이 도와주시는 것 같습니다.
1 Week Workation, Workable?
디캠프의 이번 실험은 강원도 정선에 있는 파크로쉬 리조트에서 1주일간 머물면서 일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가구를 만드는 데스커에서도 여러 물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1주일 중 1박에 대한 비용과 식대 등은 자가 부담하는 조건이었는데요. 2020년에 2박 3일 정도 방문해보아 얼마나 좋은지 잘 알고 있는 공간이기도 해서 지체하지 않고 한국에 있는 팀원인 Claudia 와 함께 신청했습니다.
신청 후에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요즘 저희 팀은 새로운 제품인 Relate 을 Private Beta 로 출시하여, 열심히 고객을 만나고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고객과의 미팅은 2개씩 있고, 심지어 워케이션 기간 동안은 쿼타북과 함께 준비한 웨비나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죠?
워케이션의 하루 일과
파크로쉬 리조트는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알파인 스키 경기장이었던 곳에 있어서 외부 자극 없이 휴식을 취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입니다. 리조트의 컨셉 자체가 웰니스에 가장 좋은 공간을 표방하고 있어서, 자체적으로 명상, 요가 등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위한 여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는 KTX를 통해 진부역을 거쳐 셔틀버스를 이용해 갈 수 있고요, 차량을 이용하면 2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이번에는 팀원도 있고 머무는 기간이 길다 보니 차량을 가지고 방문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일-금 일정이다 보니, 교통 체증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이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도 저의 하루는 조금 일찍 시작합니다. 06:30 정도에 기상해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08:00에 있는 스크럼 미팅에서 팀원들과 어제 한 일, 그리고 오늘 할 일에 대해 결과 위주로 간단히 sync를 진행합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은 제품과 GTM 에 대해 좀 더 길게 싱크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후는 따로 미팅을 잡지 않는 이상 자유롭게 일합니다. 저녁 식사 후에도 좀 더 일하다가 밤에는 운동하고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워케이션 프로그램 하는 동안에도 저의 하루 루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침 식사를 제가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식사 전에 숙암리의 안개 낀 산을 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점만 빼고요. 하루 이틀은 시간을 내어 팀원인 Claudia와 함께 파크로쉬의 웰니스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습니다. 대부분의 고객 미팅은 화상 미팅으로 진행했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19가 점점 심해지는 기간이었다 보니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른 회사분들과 교류를 많이 할 수 없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디캠프 김영덕 센터장님, 스트레스 많은 직장인에게 사내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달램의 신재욱 대표님, 한국인의 발 건강을 책임지고 계신 나인투식스의 기희경 대표님과는 오리엔테이션 겸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저녁에는 Claudia와 함께 팀원과 함께 이런 액티비티를 함께하니 팀워크도 다질 기회도 되었습니다. 저희는 100% 리모트로 일하는 회사다 보니 일 외적으로는 친밀함을 쌓는 기회를 일부러 만들어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팀 빌딩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이벤트였던 웨비나도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행사 준비와 진행은 쿼타북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저는 말만 하면 되는 일이긴 했지만, 마지막 18:30까지 약 200명 정도가 남아 저희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셨습니다. 정선의 산속에서 200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B2B 스타트업의 세일즈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조금은 생경하면서도, 일하는 방식은 이미 많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바뀌어 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Workation 은 이제 더 자연스러운 일이 될거에요.
1. 익숙하지 않은 공간으로 떠나보세요. 새로운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일 하는 시간이 충만해 집니다.
2021년에는 스스로 휴식이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로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워케이션을 가야겠다고 결정한 것도, 그런데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매일 루틴을 반복하는 집이나 사무실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많이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알림을 맞추는 것을 깜빡했는데도 아침 여섯 시 반에 눈이 반짝 뜨이니, 공기가 달라서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indfulness가 어려운 것이 아니더군요.
2. 스트레스로 힘들다면 외부 자극이 적은 곳에서 일해보세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사진만 보면 산속에서 유유자적 즐기다 온 것 같지만, 실제로 쉬는 시간보다는 일하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처리해 낸 일도 서울에서 더 많았습니다. 온전히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거든요.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자극이 없는 곳에서 일하는 경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3. 혼자 떠나도 좋지만, 팀과 함께 해보세요.
모든 식사를 리조트에서 할 수는 없다 보니 점심과 저녁 식사를 위해 팀원인 Claudia와 함께 정선과 진부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습니다. 운전하는 동안 여러 주제로 대화를 하기도 하고요.
회사에서 함께 일하지만 현실에서 얼굴 보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는 요즘 시기에는 팀원과 가까워지기 매우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혼자 왔더라면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식사를 함께할 동료가 있어 혼자 있는 시간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저희 팀 전체에도 무척 좋은 시간이었고, 해외에 있어 함께하지 못한 SJ, Chris, 그리고 지난주에 입사한 Ryan도 함께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회사에서 운영하시려고 한다면 이런 부분을 신경써주세요.
1. 업무의 성과는 투입한 시간이 아니라 결과로 이야기합시다.
Relate 팀과 같이 100% 원격으로 일하고 일하는 방식을 매뉴얼로 남기기로 유명한 GitLab은 100% 원격근무 환경에서의 일과를 non-linear workday 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과가 반드시 9-6 로 연속되어 구성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글에 나오는 직원은 가족들과 함께 리조트에 방문해 오전에 일 하고, 오후에는 스키를 즐기고, 저녁에 돌아와 남은 일을 처리한다고 하네요.
GitLab 에서는 팀이 이렇게 일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투입한 시간이 아닌 결과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non-judgemental culture 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자신의 성과를 결과로써 이야기할 수 있다면, 내가 어느 장소에서 언제 일하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2. 식사 장소나 부대시설을 잘 체크해주세요.
파크로쉬의 모든 것이 완벽하게 좋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점은 외딴곳에 있다 보니 점심/저녁 식사를 하러 나가는데 기본적으로 차로 2~30분을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건 좋은 점과 trade-off 라고 할 수 있겠네요. 회사에서 다 같이 떠날 때는 이런 환경들도 사전에 점검해야 하겠습니다.
3. 개인이 집중하여 일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세요.
워케이션 자체로 가장 좋았던 점은 여러 input에서 벗어나 output을 내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다 같이 워크샵의 형태로 가게 되더라도, 개인이 온전하게 본인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퍼포먼스를 위해서는 중요하겠습니다.
4. Workation != Vacation.
마지막으로,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워케이션을 휴가와 동일시 하면 안 됩니다. 직원에게 휴가는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개인의 선택이 아닌 조직의 결정에 의한 워케이션이 되거나, 개인의 시간을 빼앗아 워케이션을 가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마치며
서울로 운전해서 돌아오는 금요일 오후는 예상보다 차가 많이 막혔습니다. 총 네 시간 정도가 걸렸네요. 피곤함에 잠든 동료 및 일행들이 깰까 봐 음악 소리를 줄이고 운전하면서 일하는 삶에 대해 오래 생각했습니다.
일은 우리의 삶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즐겁게, 그리고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누군가는 이를 Work-Life Harmony 라고 표현하더군요. 이번 저와 Relate 팀의 워케이션 실험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Work-Life Harmony를 이루는데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일과 휴식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 보시길 바랍니다.
워케이션 프로그램 지원해주신 D.CAMP 팀, 감사합니다. 🙌